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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꽃(박노해)

작성자

최성옥

작성일
조회

870

오월의 꽃 (박노해)


봄부터 숨 가빴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연달아 피어나던 꽃들


문득 5월이 고요하다


진달래도 목련도 벚꽃도


뚝뚝 무너져 내리고


새 꽃은 피어날 기미도 없는


오월의 침묵, 오월의 단절


저기 오신다


아찔한 몸 향기 바람에 날리며


오월의 초록 대지에


붉은 가슴으로 걸어오시는 이


장미꽃이 피어난다


그대 꽃불로 피어나려고


숨 가쁘게 피던 꽃들은 문득 숨을 죽이고


대지는 초록으로 기립하며 침묵했나 보다


피와 눈물과 푸른 가시로


오월, 붉은 장미꽃이 걸어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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