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틀담 수녀회

Sisters of Notre Dame

커뮤니티

함께하는 세상

저가 평수녀라서

작성자

최성옥

작성일
조회

1,578

화요일 구제금 2,000원이 지급되는 날입니다

12시경 제일 먼저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새의 할아버지 두 분이 전용 차 자건거를 나무 그늘에 세우두시더니 성당 현관 입구 벤치에 앉아 기다립니다. ‘이건 불로 소득일까? 노동의 댓가인가?’ 두 할아버지의 경우 4-5시간을 기다려 오후 17:00시경 구제금이 지급되니 나름 노동의 댓가라고도 해석됩니다.

백주간 무서운 여름 더위기간 방학을 끝내고 오늘은 공부 후 멤버들과 칼국수 점심을 같이 하였습니다. 식사 마치고 들어오는데 가녀리게 생긴 50대 초반의 자매님이 면담을 하자시네요.

‘포올 폴~’ 미처 다 가시지 않는 담배 냄새를 풍기는데 뭐 ‘여자도 담배 할 수 있지’ 라고 생각하며 성당 휴게실에 앉아 라이프 스토리를 들었습니다.

모처럼 경청의 자세로!

아래부터는 그 자매님이 사이사이 억장이 무너지는 한숨과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찌나 리얼하던지~ 저도 덩달아 그녀의 기막힌 스토리가 듣기조차 부담되고 괴로웠습니다.

자매님은 서울에 살았고, 개신교 신자로 집사였는데 보증을 서 달라는 교회 신자의 보증을 섰다가 사람 잃고 가산도 완전 탕진하였다. 생전에 부모님이 도둑질과 보증서지 말라는 교육을 철저히 하셨는데 어리석은 짓을 했답니다. 보증금을 갚기 위해 어린 자녀 두 명과 부부는 엄청난 고생을 하였고 오랜 세월 동안 자녀들도 부부도 제대로 가정생활도 하지 못하면서 고통과 고생 끝에 4억 이상에 달하는 보증금을 다 갚았답니다. 그러나 먹고 살 길은 여전히 막막했는데 울산에 있는 경찰관인 친정 오빠가 다녀가라 해서 갔더니 부모님이 가장 어려울 때 주라고 했다면서 통장을 주었답니다. 통장에 9억 가까이 있었고 그 돈으로 반포에 집을 샀답니다. 그런데 청년이 된 두 남매가 부모님께 준다고 늦은 밤에 선물을 사러 압구정에 갔다가 압구정 숲속길에서 덤프 트럭에 치여 딸 21살짜리는 5일 만에, 아들 19살짜리는 7일 만에 죽었답니다. 한강교에서 집에서 투신과 음독으로 몇 차례 자살을 시도하였지만, 그때마다 살아나 ‘명대로 살다 오라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생각했답니다. 서울에서 그동안 너무 힘들었기에 고향인 천안 쌍용동으로 이사했답니다. 병든 시부모들을 잘 수발했기에 신랑도 기꺼이 보금자리 이동에 협조하였구요. 성당 옆에 대우 아파트(쌍용동 성당 근처 아파트) 102동에 집을 샀답니다. 이제 교리도 배우고 싶고 천주교에 귀의하고 싶답니다.

그런데 또 마귀가 씌웠는지 그제는 신부동(쌍용동 근처 동이름)에 가서 자살하려고 줄 두 개를 맸답니다. 그런데 하얗고 파란 옷을 입은 성모님 같은 분이 말리는듯한 환상을 보았답니다. 그래서 이제 정말 포기하고 용기내어 사람들에게 물어 쌍용 성당을 찾아 왔답니다.

여기까지 듣고 자매님과 함께 대성당에 들어가 기도하였다.

마침 한 달 후에 교리도 시작되고 또 저녁 미사에는 아직 신자는 아니지만, 저녁 미사 오면서 아픈 마음 주님께 봉헌하고 힘내서 살자고 격려하였습니다.

그 자매님 왈 “수녀님 중요한 부탁이 있는데 꼭 들어 주셔야해요..꼭요!

간곡한 눈빛으로 2-3회 반복하는 말을 들으며 속으로 은근히 겁이 났습니다.

뭐지? 이건 돈 이야기 하기전 분위기 조성하는 그런 모드인데....긴가? ...민가?’

우리 애들이 참 열심히 믿음생활을 하였습니다. 평소 가난하고 불쌍한 어른들을 돕고 해외 선교가 꿈이었다며 저에게 돈을 좀 주겠다는 것입니다.

까짓거 곶감 같은 돈 노후 생활 잘 챙겨야 하는데,,...이건 아니다 싶어 ‘천천히 잘 생각하면서 하시지요“ 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그 말이 끝나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돌발적인 말(하도 리얼하고 액션과 눈물이 간절해서 여기까지 모두 진짜라고 생각함) “그런데 수녀님 내가 신부동에 가서 자살할려고 했잖아요. 그러면서 지갑과 모든 것을 버렸어요. 서울 좀 다녀오려고 하는데...오만원만 빌려 주실래요. 내일 아침까지 꼭 입금 할께요”

.

.

‘엄마 난 아직도 어린가 봐?, 그런가 봐!’

.

황당당한 그~순간, 불쑥 튀어 나온 저의 말,

“근데요 자매님, 저가 평수녀라서 지니고 있는 돈이 한 푼도 없네요. 어쩌죠?”

점점 영악해지는 세상 사람들 정서와 환경에 씁쓸한 마음입니다.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