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sters of Notre D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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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람있는 일
작성자
최성옥
작성일
조회
509
“가장 보람 있는 일 ”
선배 수녀님이 “본당 수녀로 가장 보람된 일이 무엇이냐?”고 내게 물었뎐 적이 있었다. 본당 일이란 것이 순서를 정할 수 없도록 다 소중하고 보람되지만 내 경우는 특히 성서백주간(이하 백주간)을 함께 했던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
교회는 점점 세속화되는 가고, 세례율이 급감하는 반면 냉담율은 급증하는 교회 현실 앞에서, ‘매일 미사 참례를 독려해야 하나?’ 아니면 ‘단체 봉사와 애덕 실천을 강조해야 하나?’, 그 모든 것이 다 중요하지만 최우선은 기본 신앙이 잘 뿌리 내리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그 도구는 성서 백주간이 최적이라는 판단이었다. 이유는 백주간이 지니는 강점으로첫째, 성독聖讀 구성(통독-복습-묵상-기도와 생활화)이 탄탄하고 확실하기 때문이다. 둘째, 참가자로 하여금 직접 말씀을 만나게 하게 하여 각자의 신앙과 영성을 자생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셋째,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 부분만 편독하는 게 아니라 성경 전체를 완독하여 누구라도 말씀의 심원함과 풍요로움을 얻게 하기 때문이다.
하느님 백성과 수도자로 백주간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에 힘입어, 자발적 또는 아는 이의 권유로 찾아온 신자들을 모아 백주간 주간모임을 가동하였다. 복습과 묵상은 혼동되지 않도록 안내하고 참가자들이 요점을 발췌하고 정리하여 나눌 수 있도록 도왔다. 무엇보다말씀 살기가 중요하므로 묵상을 통해 선물처럼 받은 깨달음을 주간 실천으로 정해 살아내도록 자주 알리고 강조하였다.
오래지 않아 구성원들의 모습들이 그 옛날 호렙 산의 모세처럼 타볼산 주님처럼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냉담 중임을 알리지 않고 합류한 ‘ㅋ형제님’은 “안식일을 지키지 않은 자는 사형에 처한다” 본문에 깜짝 놀라 스스로 자수하여 냉담을 풀었으며, ‘ㄹ자매’는 말씀의 거룩한 기운에 봉사 정신이 봄꽃처럼 만개해 발 빼고 있던 단체장 봉사를 다시 자원하여 투신하였다. 구성원들 모두 교회의 특별한 때와 가난한 이웃을 위해 물적 봉헌과 나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갓 세례 받은 영세자들과 기존 신자로 구성된 특별반은 당연히 차이가 날 거라는 선입견이 무색하리 만큼, 때로는 새 신자들의 나눔이 더 깊고 복습도 열심이어서 백주간이야말로 세례자 후속 프로그램으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씀 앞에서 신분이나 직위보다 믿음이 우선이라는 생각은 충만한 자유와 은혜의 댓가로 내게 되돌아왔다. 그러기에 수시로 백주간 ‘사무실’과 ‘작은 모임’과 연대를 갖는데 소홀하지 않았으며, 신자들이 말씀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독려하려 한다. 내가 체험한 가장 특별한 사례를 꼽으라면 아직 백주간 모임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어느 본당의 예를 들고 싶다. 나는 주간모임 반 구성원 모두를 봉사자로 양성을 하였는데, 심한 언어와 신체장애로 오랫동안 자신감을 상실한 ‘ㅁ자매’가 구성원들의 응원과 격려, 본인의 열정적으로 참여한 훈련 덕분에 다른 이들과 똑같이 봉사자 실습을 완벽하게 마쳤던 일이다. 그날의 감동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참으로 위대한 일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일이다. "라는 웰즈의 말이 기억난다. 어쩌면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믿음의 가능성을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이끌어 주는 성서백주간이야말로 참으로 위대함에 가까이 있다. 그러니 내게 성서백주간은 ‘가장 보람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서 백주간 25주년사 회보에서 복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