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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회 창립 175주년에 부치는 찬미와 감사의 시편
노틀담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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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수녀회 창립 175주년을 기념하는 아침 기도에서 저희 수녀회의 안칠라 마리아 수녀님께서 175년의 역사를 감사와 찬미의 시편으로 담아 낭독 하셨습니다.
그 아름다운 찬미와 감사의 시편을 함께 나눕니다.
2025년 10월 1일, 우리는 지금 노틀담의 175년 역사 안에서, 마리아 알로이시아 수녀님과 마리아 익나시아 수녀님이 바라보던 바로 그 코스펠트 십자가 앞에 같은 마음으로 서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노틀담 역사 안에서 60년, 50년, 40년…을 걸어오며, 창설자들의 정신과 사명을 뼛속 깊이 새기고, 우리의 피와 살로 흘러오게 하신 오 좋으신 하느님, 당신은 얼마나 좋으신지요!
우리는 압니다. 지난 175년은 노틀담 수녀회에 대한 당신 사랑의 이야기였음을 믿습니다. 우리 수녀회를 생명으로 부르신 그날부터, 젊은 여성들의 마음 속에 좋으신 하느님의 매력적인 음성으로 끊임없이 부르시어 8,000명에 이르는 거룩한 발자취를 남기게 하셨습니다. 그 발판 위에서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같은 부르심과 소명을 열정으로 살아내고자 하는 우리가 드리는 이 고백—오 좋으신 하느님, 당신은 얼마나 좋으신지요!
175년의 여정은 매일의 고통과 십자가를 통한 영광이었습니다. 우리 앞서 가시는 예수님의 십자가, 곧 코스펠트 십자가는 언제나 우리 앞에서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1855년 아메스포르트 수녀님들이 떠나실 때, 그 얼마나 암울하고 쓰라린 고통이었습니까? 그러나 불확실함을 용기 있게 선택하신 수녀님들은 희망에 불붙듯이 그 지역과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어린이들의 미래와 희망이 되셨습니다.
1877년 10월 1일, 젊음과 희망으로 가득 찼던 안나탈 성당 감실의 마지막 촛불을 눈물 어린 떨리는 손으로 끄시던 키큠 지도 신부님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흰 수건과 노틀담의 거룩한 수도복을 받기 위해 코스펠트 십자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들었던 그 음성 또한 떠오릅니다. “여러분이 노틀담의 십자가를 목에 거는 순간부터, 여러분의 사랑하는 조국은 여러분에게 문을 닫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몸에 지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국은 이 땅에서 여러분을 몰아낼 것입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결단하십시오.”
그러나 흔들림 없이 초 한 자루의 빛을 가슴에 품고, 망설임 없이 용기 있게 앞으로 걸어갔던 다섯 명의 젊은 수련자들 을 우리는 기억하며 바라봅니다.
지금 우리는 압니다. 그것이 더 크고 넓은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섭리였음을. 우리가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오 좋으신 하느님, 당신은 얼마나 좋으신지요!
1900년, 새로운 도약을 희망으로 맞이하며 감격 속에 지낸 50주년의 기쁨은 잠시 뿐이었습니다. 곧 이어진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온 세상이 혼란과 고통에 잠겼던 그 시기에도, 십자가가 세상을 삼킬 듯한 혼돈 속에서도 노틀담 자매들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며 사명을 오롯하고 꼿꼿하게 실천했습니다. 그 고통 가운데 이 세상을 떠나신 수녀님들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특히 “못다한 사명을 다하라” 전하셨던 제4대 총장 마리아 안토니아 수녀님의 음성을 오늘 우리가 다시금 생생히 듣게 하소서.
큰 아픔을 딛고 교회의 중심인 로마에서 새로운 시대를 활짝 열며, 더욱 성숙하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갔던 3,000명이 넘는 노틀담 자매들의 외침—“하느님, 당신은 얼마나 좋으신 지요!”
교회가 세상 깊숙이 들어가 세상과 한 몸이 되라고 외쳤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회오리 바람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던 또 다른 천여 명의 노틀담 가족들—그들 또한 어디에 있든지 같은 노틀담의 정신으로 하느님 나라를 세우고 있으리라 우리는 믿습니다.
이렇게 단단히 뿌리내린 노틀담의 150년을 지나, 오늘 우리는 다시 175년을 맞이하였습니다. 동에서 서까지, 남에서 북까지, 세상 곳곳에서 마음은 온전히 한 곳—1850년 10월 1일, 안난탈 성당의 그 코스펠트 십자가를 향하고 있습니다. 가슴에 초를 밝히고 앞서 걸어가신 마리아 알로이시아 수녀님과 마리아 익나시아 수녀님의 뒤를 따라, 우리는 오늘 이 시대 곳곳에서 하느님이 부르신 그 소명을 희망으로 완성해 가고자 합니다.
당신께서 불러 주시고, 길러 주시며,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 마련하시는 섭리에 우리 수녀회와 우리 각 사람, 그리고 이 세상을 온전히 당신 희망 안에 맡겨 드립니다. 고통과 어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신의 선하심과 좋으심을 믿기에—오 좋으신 하느님, 우리는 당신을 찬미하고 사랑합니다. 아멘.
안칠라 마리아 수녀 S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