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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을 봉헌합니다(김용운 알로이시오)
최성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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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을 봉헌합니다
저는 젊은 시절부터 오랫동안 본당의 성소후원회를 담당했습니다. 복사단을 인솔해 서울 신학교, 수원신학교, 수도회, 수녀회 등을 방문하며, 사제 또는 수도자가 되라고 독려해 왔습니다.
그런 제게 어느 날 딸이 다가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수녀원에 입회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전했습니다. 저는 듣자마자 반대부터 했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내 품을 완전히 떠날 것 같은 두려움일 수도, 미대를 나와 멋진 작가가 되겠거니 하던 기대가 사라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신자로서 느끼는 성소의 기쁨보다는 꽃다운 나이에 주님을 위해 봉헌하는 딸의 삶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지, 부모로서 막연한 걱정이 더 앞서서일 겁니다.
얼마 후 수녀님 두 분이 가정방문을 오셨습니다. 그분들의 표정을 보니 얼마나 밝고 행복해 보이는지, 따뜻한 대화를 나누면서 제 마음이 눈 녹듯이 사르르 녹았습니다. 기도 끝에 딸을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고 나서 승낙하였습니다. 딸이 수녀원 입회를 한 후에도 보고 싶은 마음에 굳게 닫힌 수녀원 앞을 몇 날 며칠 서성거리기도 하고, 딸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수녀원 행사에 열심히 참석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어느덧 딸이 수녀원에 입회한 지 강산이 2번 바뀌어 20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제 딸이 부모 밑에 있던 시간보다 이제 주님께 봉헌한 수도 생활의 햇수가 더 많아져 갑니다. 맡은 소임을 충실히 잘하고 있고 가정방문 오셨던 수녀님들처럼 밝고 행복해 보이는 수녀님을 뵐 때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제작년 저는 암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수녀님이 일주일간 휴가를 내어 간병하며, “아빠! 내가 간병하니 좋지! 봐! 내가 결혼했으면 딸린 식구에 내가 아빠를 얼마나 챙겨주겠어?”라는 말에, 제가 허허 웃으며, “그래 맞아, 우리 딸이 최고지!” 했지요. 나이 든 제게 이제 바람이 있다면, 오직 우리 수녀님의 건강입니다. 10번이나 수술했는데도 완치가 되지 않아 오늘도 저는 “주님! 소미 마리아 수녀의 손과 발을 낫게 해주셔서 당신의 도구로 써 주십시오. 아멘.”하고 기도합니다.
우리 수녀님! 사랑합니다.
김용운 알로이시오 | 가정3동 본당
저를 봉헌합니다
어릴 적부터 수녀님이 되고 싶었던 제가 노틀담 수녀회에 입회를 한지도 벌써 21년이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작품을 만들면서 ‘주님께서 나를 부르고 계신다’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내가 만든 작품이 나에게 이렇게 소중한데, 나를 만드신 주님께서는 얼마나 나를 소중히 여기실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부모님께 '이미 수녀원에서 입회 허가를 받았고, 졸업을 하면 바로 입회하겠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토록 성당 일도 열심히 하시고, 성소 후원회에서 남들의 성소를 축복해 주시던 부모님이라, 저에게도 당연히 그렇게 해주실 거라 믿었지만, 오히려 반대하셨습니다. 본인들도 살아보지 못한 길이라 살다 보면 힘든 일이 생길 텐데, 전혀 도와주실 수 없다는 부모님 말씀에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기도 후에 이렇게 말씀드렸죠. “부모님께서 저와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자신이 있다면 입회를 멈출게요.” 그 말에 부모님의 반대는 눈물의 기도와 함께 축복으로 변했습니다. 철부지였던 23살의 제가 주님의 부르심을 느끼고 그 부르심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보여주셨던 부모님의 삶과 기도입니다. 언제나 손에서 놓지 않는 묵주와 지금도 꺼지지 않는 기도 초…. 부모님의 그 모습이 저의 수도 삶의 힘이 되고 용기가 됩니다.
부모님의 걱정처럼 전 손목과 발목을 각각 5번씩이나 수술했습니다. 여전히 진통제로 일상을 보내지만, 한 번도 그 통증으로 저를 흔들거나 주님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불편함과 아픔을 통해서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었고, 일상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수도자였기에 볼 수 있는 시선이 아픈 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주었다고 느낍니다. 저를 주님께 봉헌해 주시고, 수도자인 저보다 더 많은 기도를 하시는 부모님과 부족한 저를 당신의 정배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노틀담 수녀회
소미 마리아 수녀
2025년 2월2일 인천교구 주보, 믿음과 은총 신앙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