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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 ‘2세’를 기다리며(김근수)

작성자

최성옥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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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교황 프란치스코 ‘2를 기다리며

민들레 광장

입력 2025.05.06 15:00

 김근수 해방신학 연구소장

 

가난한 이들, 여성, 평신도들이 중심되는 카톨릭

 

내일 57, 267대 교황을 뽑는 선거가 바티칸에서 시작된다. 교황은 한때 유럽 정치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지도자 중 한 분으로 여겨진다. 가톨릭에서 종들의 종에 불과한 교황이 어쩌다가 세계적인 지도자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되었을까

 

한국과 특별한 인연 이어갈 새 교황

 

바티칸, 바티칸시국, 또는 교황청은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1929년 교황 비오 11세가 무솔리니와 체결한 라테라노 조약을 통해 탄생한 교황청은 유엔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독립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가톨릭 말고 어느 종교 단체도 교황처럼 종교 단체의 대표이자 국가의 대표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중세 시대 교황은 유럽 정치에 막강한 위치를 차지했지만, 20세기 교황에 비해 세계적인 영향력은 미미했다. 프랑스혁명 이후 교황청은 전 세계의 주교 임명권을 거의 확보했다. 교황청 대사 파견, 주교 임명권, 교통 통신 수단의 발전에 힘입어, 교황청의 권력과 영향력은 20세기 들어 크게 커졌다.

 

여러 성향의 훌륭한 추기경들이 새 교황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새 교황이 탄생할 수도 있다. 아시아에서 새 교황이 나와도 좋겠다. 그렇게 되면 다른 대륙에 비해 가톨릭 신자 비율이 낮은 아시아에서 복음 전파에 커다란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출신 지역보다 성향이 가장 중요하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노선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교황 프란치스코 2를 나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유흥식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된다면, 한반도 평화, 종교 대화, 아시아 선교에 크게 도움 될 수 있다.  새 교황은 대한민국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20278월 한국에서 1주일 간 열릴 제38차 세계청년대회에 새 교황이 방한할 예정이다. 윤석열의 계엄 쿠데타, 조희대의 사법 쿠데타를 너끈히 진압하고 내란 세력을 처벌한 민주주의 모범국가 진짜 대한민국을 새 교황은 확인하게 될 것이다.

 

가난, 여성, 평신도를 가톨릭 중심에 두려 했던 교황 프란치스코

 

14만 원을 남기고 선종한 교황 프란치스코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그 묘지도, 묘비도 소박하다. 그는 가난하게 살았을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편들었다. 가난의 신학적 가치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신학적 가치를 강조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의 무게 중심을 성직자에서 신도로 옮기고 싶었다. 성직자는 지배층과 지도층이고, 신도는 비지배층과 피지도층이라는 잘못된 문화와 전통을 깨고 싶었다. 성직자 중심주의를 교황 프란치스코처럼 강하게, 자주 비판한 교황은 지금까지 없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여성을 가톨릭의 중심에 등장시키고 싶었다. 가톨릭에서 여성신학은 더 발전되어야 한다고 자주 강조했다. 여성은 주교나 신부보다 중요하다고 파격적으로 말한 교황은 그가 처음이었다가난한 사람들, 평신도, 여성이 좀더 가톨릭의 중심에 들어와야 한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 국민이 하는 것처럼, 종교는 종교인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 신도가 한다. 가톨릭은 추기경, 주교, 신부가 하는 것 같아도, 결국 평신도가 한다.  성경을 가장 효과적으로 외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성경 말씀을 인용하고 강조하면서 성경 말씀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장 빨리 망각하는 길은 무엇일까. 그의 개인적 미담과 일화는 돋보이게 하고 소비하면서, 그가 남긴 진보적 개혁의 유산은 모른 체하는 일이다. 교회 개혁과 사회 개혁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동과 말씀은 계속 강조되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 중심 조직이라는 가톨릭의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뛰어난 지도자가 있다 할지라도, 평범한 신도들이 깨어나지 않으면 가톨릭의 개혁과 성숙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게 훌륭한 교황이 있었는데 가톨릭은 왜 크게 변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교황뿐 아니라 신자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를 칭송만 할 것이 아니라 모든 신자들이 작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어야 한다. 위대한 영웅을 기다리지 말고, 평범한 사람이 먼저 작은 촛불이 되어야 한다. 개인은 미약하나 또한 위대하다  

 

가톨릭 교회 조직은 전제주의 시대에 시작되었지만 전제주의를 모범으로 따르지는 않는다. 21세기 가톨릭은 민주주의와 평등의 길로 더 나아가야 한다. 세상 끝날까지 지켜야 할 예수의 가르침은 잘 보호하되, 변화 가능한 제도와 관행은 시대정신에 어울리게 바꿔가야 한다. 교황과 주교 선출 방식은 변화 가능한 영역에 속한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가톨릭 신자들의 집단 지성이 성숙해지는 때가 되면, 전 세계 모든 신자, 수녀, 신부, 주교, 추기경이 교황 선거에 직접 투표로 참여하면 어떨까. 주교 선출도 모든 신자들이 투표하는 직접 선거 방식으로 바꾸면 좋겠다. 교황 선거와 주교 선거는 직접 민주주의를 통한 축제가 될 것이다.

 가톨릭은 민주주의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다수결 원칙이 지배하는 민주주의 선거를 뛰어넘어 가난한 사람들이 중심으로 존재하는 조직 말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조직 가톨릭은 세상에서 가장 진보적인 조직이 될 수 있다. 예수가 전한 기쁜 소식과 예수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온 가톨릭이 인류에게 선사하는 또 하나의 희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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